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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1900 : 꿈꾸는 예술가, 구스타프 클림트에서 에곤 실레까지]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oneum_rong_rei 2024. 12. 12. 19:38유물전이든 미술전이든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시 관람을 좋아하는 자에게 방학 시즌은 특히나 신이 나는 시즌이다. 다양한 대형전들이 열리기 때문.
물론 이 시즌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기대하기에 한가롭고 호젓한 관람은 어렵지만 어쨌든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이나 아니면 한 번에 보기 힘들었던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눈 여겨 보고 체크를 하게 된다.
몇 해 전부터 국립중앙박물관도 거의 방학 시즌마다 대형 미술전을 열고 있는데, 이번 24-25 시즌에는 <비엔나 1900 : 꿈꾸는 예술가, 구스타프 클림트에서 에곤 실레까지>라는 전시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나마 사람이 덜 붐빌 것 같은 평일 오후 3시 30분이라는 시간을 골라 예매를 하고 다녀왔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 현재 전시
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과 협력하여 19세기 말 비엔나에서 변화를 꿈꿨던 예술가들의 활동과 모더니즘으로의 전환 과정을 레오폴트미술관 소장품 총 191
www.museum.go.kr
- 전시 기간 : 2024. 11. 30.(토) ~ 2025. 3. 3.(월)
- 전시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네이버예약/티켓링크 예매 가능
- 현장 오디오 가이드 대여 가능, 내부 사진 촬영 가능(플래시 금지)

네이버예약으로 예매를 하면 모바일 티켓을 받을 수 있는데, 모바일 티켓 바코드만 있어도 입장은 가능하지만 입장권과 티켓을 모으는 새로운 습관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아 굳이 티켓 박스에 가서 지류 티켓으로 교환했다. 그리고 예매 시간인 3시 30분에 맞춰서 특별전시실로 들어갔더니 세상에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제 아무리 맛있다는 맛집도 줄이 서 있으면 절대 안 가는 1인인데 이런 줄은 또 잘도 선다. 역시 모든 것은 취향과 선호의 문제인가 보다.

그렇게 한 15분 정도 줄을 서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서 전시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예매 시간에 맞춰서 가도 어차피 다른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으니 조금 일찍 도착해 일찍 줄을 서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유도리가 없는 나는 일부러 상설전시실에서 다른 거 관람하고 시간을 딱 맞춰왔는데 ㅋㅋㅋ 그냥 한 15분 일찍 와서 줄을 설 것을.
전시의 서두는 클림트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의 주제가 “190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비엔나 예술계의 새로운 바람”이라고 했을 때 이 새로운 바람을 주도했던 것이 바로 클림트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클림트와 관련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빈 분리파’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었는데, 이 빈 분리파를 결성한 중심인물이 클림트였다. 그동안 매너리즘적이고 아카데믹한 화풍에 젖어 있던 빈 예술계에서 분리되어 나오겠다는 의미심장하고도 실험적인 생각을 가진 예술인들의 모임인 빈 분리파. 전시 작품들은 클림트하면 떠오르는 유명 작품들이 아니라 주로 그가 그린 초상화들이었지만 아카데믹한 기법을 배웠을 그가 점차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고양이를 안고 찍은 클림트 사진에서는 같은 고양이 집사로서 묘한 내적 친밀감을 느꼈고, 굉장히 수도승같이 생겨서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기도 했다.

역시나 클림트 작품 주변으로는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나는 관람 속도가 빠른지라 많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인파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클림트의 영역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비엔나 분리파의 전시회 포스터 등 분리주의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분리파의 결속력은 그다지 끈끈하지는 않아서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기존 화단에 대한 불만과 저항 의식이었는데 그 구체적인 생각이나 표현 방식은 달랐던 모양이다. 그래, 그랬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결속과 분열 모두가 후대의 예술가들에게는 분명한 영향이었겠지 싶었다.

중반부의 또 다른 인상적 포인트는 갑자기 분위기를 확 바꾸며 등장한 공예품들이었다. 앞뒤로 내내 그림만 보여주다가 왜 갑자기 공예품이지? 라는 의아함이 들었는데, 설명 패널을 보니 클림트는 공예도 예술만큼이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비엔나에 처음으로 공방이 등장했는데, 이들 중 한 사람이었던 요제프 호프만은 ‘언젠간 생필품도 예술가에게 주문하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예술성을 한껏 발휘한 생활용품들을 만들었는데, 유리 꽃병이 홀로그램 같은 색을 내는 것이 있어서 한동안 홀린 듯이 봤다. 페노멘 그레 장식이라는 기법이라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색이 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색감이 너무 독특하면서도 모던해서 신기했다. 이왕이면 예쁜 걸 쓰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라 공예는 상당히 일찍부터 예술의 영역에 속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900년대에 와서야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좀 의외였다. 하긴 그렇게 예쁜 그릇을 만들어냈던 고려 조선의 도공들도 그저 하급 기술자 취급을 받았었으니 유럽도 비슷했을지도.



전시 후반부의 주인공은 단연 에곤 실레였다. 비엔나 분리주의를 지나 표현주의의 세계로 넘어가며 내가 몹시 어려워하는 현대 미술의 색채를 강하게 띠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내가 이해한 한 가지는 클림트를 비롯한 여러 예술가들이 자신의 꿈과 생각을 용감하게 밀어붙였기에 일률적인 표현과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가 느낀대로 생각한대로 그리는 자유롭고 광활한 예술의 세계가 열렸다는 것이었다. 에곤 실레의 작품들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감탄을 더하고 있었지만 예민하고 불안한 그가 그것들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정규 화단을 흔들어 온 선배 예술가들 덕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시련과 고통, 어려움과 불안은 피하고 싶은 회피 성향이 강한 나는 예술작품들도 예쁘고 아름다워서 고통과 불안을 느끼지 않고 룰루랄라 할 수 있는 쪽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에곤 실레의 화풍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의 화풍을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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