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 풀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공원에서도 보살상을 발견하는 레이더가 있는 사람으로써 - 실제로 처음 가본 부산시민공원에서 비로자나반가석상과 협시보살상을 발견한 1인 - 서울의 어지간한 박물관이나 전시관은 대충 그 존재를 알고 있는 편인데, 알고 있기만 하지 못 가본 곳들이 꽤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전시관이 헌법재판소 전시관이다.전시관이 있는 건 한 2~3년 전에 알았는데, 주말에 북촌한옥마을을 기행이든 답사든 나들이든 왔다갔다 하면서 알게 되었다.알았지만 가지 못한 이유는 여기가 평일에만 관람이 가능하여- 그 근처를 주로 주말에만 다니는 나로써는 들어가 볼 재간이 없었고, 평일에 시간이 나게 되었을 때는 계엄과 탄핵으로 연일 시끄럽고 헌법재판소 앞이 화환이며 집회며 경찰이며 가득했었다. 나라가 위기인데..

들라크루아. 서양사와 서양미술사에서 그 이름은 단 한 장의 그림으로 각인되어 있다.이라는 그림으로.프랑스혁명을 상징하는 그림으로도, 그리고 들라크루아라는 이름을 상징하는 그림으로도 딱 떠오르는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외젠 들라크루아다. 그런데 외젠이라는 이름말고 그냥 들라크루아라는 성만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있는 바람에 얼리버드 특가 광고가 떴을 때 반사적으로 예매한 전시가 있었다.그게 미셸 들라크루아라는 화가의 전시였는데, 얼리버드라 저렴하기도 했고 전시 장소가 가깝기도 했고 해서 그냥 보러 가기로 했다. 미셸 들라크루아: 영원히, 화가 – France en Corée – Culture2025년 5월 24일 (토)부터 8월 31일 (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홀에서 〈미셸 들라크루아: 영원히, ..

나에게 명동은 건물은 명동성당 하나로 압축되고, 이미지는 발 디딜 틈 없는 외국인으로 정리되는 곳이다.매년 판공성사 때 찾아가서 고해성사를 하는 곳 아니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서운 곳.그래서 명동거리 자체는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동성당은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다.그나마 명동성당 앞쪽은 인파가 한산해지는 것도 있겠고, 성당이라는 공간과 조용함이 주는 안정감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일테다. 이러한 이유로 간혹 명동을 가게 되는 일이 생기면 용무가 없어도 명동성당에 가서 앉아있다가 온다던가, 짧게라도 기도를 하고 온다거나 그도 아니면 굳이 명동성당 앞을 지난다거나 하여튼 잠시 명동성당에서 잠시 안정을 얻고 오곤 하는데-얼마전에 우연히 명동성당 뒷편에 박물관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나는 참 '공평'이라는 가치를 좋아한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멀리 사는 지인과 굳이 거리상 한가운데이지만 우리 둘 다 잘 모르는 동네에서 만나려고 한다던가, 우리집 고양이 1호기와 2호기의 성향이 다른데도 굳이 똑같이 똑같은 시간만큼 놀아주려고 한다거나 할 때. 거의 무의식적으로 우선 거리든 시간이든 공평한 방법을 떠올린 다음에 이성을 차리고 이게 공평하기만 하다는 걸 깨닫고 방법을 바꾸는 경향이 뚜렷하달까. 반쯤 웃으면서 내가 천칭자리라서 그런가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조금 더 정이 가는 것들이 있으니 그건 바로 소위 말하는 '첫 정'을 준 것들이다.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들이어도, 오랜 시간이 지난 거라도 첫 순간을 함께 한 것들은 오래 기억하고 더 애정하는 편인데 세계사 파트에서의 내 첫 ..

어릴적부터 나는 예체능 쪽에는 재주도 흥미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창시절 내내 그림 잘 그리는 친구와 노래 잘 하는 친구가 있었고 그들의 작품을 보고 들으며 그런 관람과 감상에 익숙해지며 자랐다. 그러다가 우연히 민화를 보게 되었다. 민화는 뭐랄까 테크닉이 없어도 그래서 보기에 완성도가 좀 떨어져 보여도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그러다보니 나같은 똥손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도 시간이 조금 지난 몇 년 전에 가까운 곳에 민화 스튜디오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조금 배우게 되었다. 코로나 라던가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서 지금은 정규 클래스를 등록해서 배우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림 중에서 할 줄 아는 거, 재미있게 볼 수 있..

내가 무하를 처음 접했던 것은 아마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순정 만화를 보고 자란 탓에 처음 무하 아저씨의 그림을 봤을 때는 신일숙 만화가의 그림을 떠올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그냥 기억 저편으로 넘기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한창 컬러링북이 유행하던 시기에 다시 무하를 만났었다. 왠지 모르게 사서는 의외로 너무 섬세하게 색칠을 해야 해서 중도에 포기했던 기억, 그리고 MUCHA라는 그의 이름을 ‘무카’로 읽는건가 ‘무차’로 읽는건가 하며 오답 사이를 헤맸던 기억 정도가 남아있다. 그래도 무하의 그림은 동시대의 다른 그림들보다 호기심이 일었다. 복잡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직관적이고 화려해도 로직이 있는 느낌이라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무하 전시가 ..

처음 서양미술사를 접했던 시절, 나의 첫 번째 고비는 인상주의 화파였다. 당대 새로운 화풍을 선보였던 이들의 그림을 “인상만 그렸다”고 비아냥거렸던 한 평론가의 멘트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정도로 얕디 얕은 미술적 감각의 소유자인 나는 이전까지는 어떤 역사적 흐름이나 사회의 구조, 종교적 배경 등으로 화풍을 이해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화가 개인의 주제나 감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인상주의부터 이해의 진도가 더뎌져 급격히 흥미가 떨어졌었다. 그래도 미술사의 세계에서 유명한 화가들이 전부 포진하고 있는 인상주의는 어떻게 해서든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이 유명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 유난히 이름만 머릿속에 남아있고 그림은 영 이미지가 희미한 화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끌로드 모네. 마네와 모네가 ‘네’자 라임이 ..

전시 관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진전 관람은 경험이 적은 편인데, 동생님이 일찍부터 얼리버드로 예매를 한 퓰리처상 사진전을 보고 왔다.동생이 바쁜 일정을 쪼개서 시간을 내줬고, 함께 보고 싶다며 몇 달 전부터 이야기했었기 때문에 내 안에서 기대감이 쑥쑥 자라난 상태라 하필 눈이 오는 날이었음에도 엄청 신이 났다. - 그날 눈길을 걷느라 다리가 긴장을 얼마나 했는지 밤에 다리가 엄청 쑤셨던 것은 안 비밀이다. - 보통은 눈 오는 날은 악천후 이슈를 핑계로 움직이지 않지만 이날은 낭만력이 충만한 상태라 보이는 모든 것이 설경의 아름다움으로 인식되었다. 새해 첫 관람이기도 하고.그렇게 눈길을 뚫고 도착한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얼마 전, 한가람미술관에 카라바조 전을 보러 갔다가 평일이라 텅텅 비었던 카라바..

몇 주 전쯤, 평화방송 인스타 피드에서 카라바조 전시와 관련된 콘텐츠를 발견했다. ‘카라바조’와 ‘바로크’라는 단어가 나를 유혹했다. 게다가 가톨릭 주보를 가져가면 입장권 할인까지 해 준다는데, 이건 가야 한다! 역시나 혼잡함을 걱정해 평일 이른 오후로 일부러 시간을 잡아서 야무지게 주보까지 챙겨가지고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같은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반고흐 전에 연일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는 정보를 미리 검색해서 알고 있던 터라 카라바조 전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지하 1층에서 꽉 차게 출발한 엘리베이터는 반고흐 전이 진행 중인 1층을 지나자 나를 포함해 딸랑 2명 남았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왠지 카라바조 자존심에 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달까. 하하- 한가람미술관 제3전시실, 제4전시실주..

유물전이든 미술전이든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시 관람을 좋아하는 자에게 방학 시즌은 특히나 신이 나는 시즌이다. 다양한 대형전들이 열리기 때문.물론 이 시즌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기대하기에 한가롭고 호젓한 관람은 어렵지만 어쨌든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이나 아니면 한 번에 보기 힘들었던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눈 여겨 보고 체크를 하게 된다. 몇 해 전부터 국립중앙박물관도 거의 방학 시즌마다 대형 미술전을 열고 있는데, 이번 24-25 시즌에는 라는 전시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나마 사람이 덜 붐빌 것 같은 평일 오후 3시 30분이라는 시간을 골라 예매를 하고 다녀왔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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